보이스피싱 원조 1 세대 '김미영 팀장' 총책 필리핀서 검거 | 잡고 보니 전직 사이버수사대 경찰

경찰로 근무하다 수뢰 혐의로 해임…조직은 2013년 대부분 와해

 

필리핀과 공조해 총책 체포
전직 사이버수사대 경찰, 김미영팀장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 [경찰청 제공]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3000만원까지 30분 이내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 이같은 문자 등으로 사람들을 속여 수백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김미영 팀장'으로 잘 알려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와 일당이 필리핀에서 검거됐습니다.

 

경찰청은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해 '김미영 팀장'을 사칭하며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50)씨를 이달 4일 검거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2008년 해임된 박씨는 이후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수뢰 혐의: 공무원이 그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 [경찰청 제공]

 

그는 마닐라 남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며 도피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가 총책을 맡은 이 조직은 '김미영 팀장'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뿌린 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보증보험증권 발급 수수료와 인지세 등을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고 피해자만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칭 김미영팀장을 사칭하는 사기 수법은 박씨가 직접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이버수사 경찰로 근무하며 접한 범죄 수법을 박씨가 직접 자기 범죄에 이용한 셈입니다.

 

경찰은 지난 2013년 이 조직의 국내조직원 28명을 검거했지만 박씨와 주요 간부들은 해외로 도피했습니다. 박씨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7층 규모의 빌딩을 산 뒤 전부 콜센터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박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에 사설 경호원을 두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2개의 가명을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도피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는 박씨 등 간부들을 붙잡기 위해 첩보를 수집했고,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추적 끝에 피의자들의 동선 등 주요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올해 2∼8월 현지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김미영 팀장' 조직에서 정산·통장 확보 등의 역할을 한 핵심 간부 4명을 검거했고, 이들의 검거 소식을 들은 조직원 2명은 올해 8∼9월 필리핀 코리아데스크에 자수했습니다.

 

총책 박씨는 지난달 대포통장 관리를 맡은 측근이 붙잡히면서 꼬리가 잡혔습니다. 경찰은 국가정보원과 함께 박씨를 검거하기 위해 그의 측근으로 대포통장 확보 역할을 한 A씨 첩보 수집에 집중했고, 코리안데스크는 올해 9월 25일 현지에서 그를 붙잡았습니다.

 

A씨를 붙잡은 경찰은 박씨가 두 개의 가명을 사용해 도피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는 2주간 잠복 후 필리핀 수사기관과 함께 검거했습니다.

 

경찰청은 주필리핀 대사관,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박씨 등 피의자들을 국내로 신속히 송환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경찰청은 국외도피사범 검거·송환과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 공조 수사를 위해 2012년부터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