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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90년대 벤츠 작명법 변화의 재미있는 배경 (보배드림 펌)

by OEO_oeo 202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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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벤츠 작명법 변화의 재미있는 배경 (보배드림 펌)

 

오늘도, 지난 하루동안 게시판에서 있었던 댓글 하나가 머리속에 남아 이렇게 조사하여 글을 써봅니다. 오늘 낮에 190E는 E클래스가 아니라고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서, 그럼 나는 벤츠 작명법에 대해 다 알고 있는가? 되물었더니 솔직히 저도 어떻게 하다가 모델명 표기가 이렇게 바뀐건지, 여지껏 알고있던 대충 이러쿵저러쿵 말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어 가능한 많은 조사를 했고 나름 뇌피셜을 얹어 결론을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벤츠는 아주 먼~ 옛날부터 숫자로만 구성된 모델명을 사용해왔습니다. 옛날에는 차 하나를 만들면 옵션 구성, 그러니까 오늘날의 옵션 구성 보다는 훨씬 복잡하게 외장부터 길이, 엔진 등등 많은 것들을 바꾸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등급의 차를 만드는 것이 관행이었는데(우리나라 대우 로얄 시리즈 생각해보시면 비슷) 벤츠는 좀 더 고급차면 제일 뒤에 S를 붙였었고, 모델명을 배기량에서 따왔기 때문에 숫자 별로 나열하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그런 작명법이었습니다. 최소한 그 때 까지는요.

 

 

 

 

하지만 기술은 발전을 하고, 획기적인 기술을 내놨으면 어떻게든 대중에게 각인을 시켜야 차가 잘 팔립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벤츠 정도 되는 일류 메이커라면 빠른 속도로 하나 둘 더해지죠. 벤츠는 1955년, 300SL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카뷰레터가 아닌 인젝터 연료분사식 엔진을 선보인 메이커였기에 연료분사식 엔진이 들어가면 끝에 E를 붙였습니다. SL은 데뷔부터 연료분사식 엔진을 썼기에 예외로 E를 붙이지 않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SL로 남습니다. 1961년에는 세계최초(라고 벤츠가 그랬음)로 디젤 승용차인 190D를 내놨는데, 디젤이니까 끝에 D를 붙이기로 합니다. 물론 그 전부터 바디스타일에 따라 쿠페면 뒤에 C를 붙여주고 왜건이면 T를 붙여주는 것은 이미 다들 잘 아시죠?

 

 

 

 

그리고 벤츠의 이런 작명법은 엔진이 한 모델에 한 두개만 있던 시절에는 쉬웠고 모델명 딱 들으면 그냥 바로 그 차가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190, 220, 250, 280, 300. 몇 가지 되지도 않는 숫자 안에 모든 차가 주루룩 다 들어왔으니 300SEL 하면 그냥 존나 최고급차인 것을 바로 연상 시켰던 것이죠. 1970년대 들어서는 그간 3.0리터를 넘지 않는 비교적 작은 엔진만 만들던 벤츠에서 슬슬 배기량을 키운 모델들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종전 이후 처음으로 1969년, V8 엔진을 얹은 W111 280SE 3.5가 그 시발점인데 아니 3.5리터 엔진을 넣었으면 350SE라고 했어야지. 나름 메르세데스 280. 하면 벌써 네임밸류가 있었기에 소수만 판매될 것 같은 고배기량 모델에 새로운 350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뭔가 안된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여기서부터 벤츠 작명법은 크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엔진이 점점 커지고, 차도 커지고. 이 즈음하여 G바겐도 세상에 나오게 되죠. 중형 라인업도 별도 모델이 되었고, W201(190E)라는 새로운 소형 세그먼트도 내놔야 합니다. 라인업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예전처럼 배기량 숫자만 붙여서는 무슨 차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엔진 자체도 다양해져 아랫급 모델에 더 큰 엔진이 들어가면 윗 급인데도 작은 엔진이 들어가면 더 구린 차 같이 들리기도 하고, 이제는 디젤도 논터보 디젤이 있고 터보 디젤이 따로 있습니다. DOHC 엔진도 생겼는데 이건 또 어떻게 모델명에 우겨넣어서 홍보를 하지... 이 쯤에서 벤츠는 머리가 상당히 많이 아파왔을 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190E가 출시된 직후인 1983년 벤츠 전 차종 라인업을 잠시 보시겠습니다.

 

W201: 190, 190E, 190E 2.3-16, 190D

W123: 200, 200T, 230, 230T, 230C, 230E, 230TE, 230CE, 250, 250T, 280, 280T, 280C, 280E, 280TE, 280CE, 200D, 240D, 240TD, 300D, 300TD, 300D TURBO, 300TD TURBO

W126: 280S, 280SE, 280SEL, 380SE, 380SEL, 380SEC, 500SE, 500SEL, 500SEC, 300SD TURBODIESEL

R109: 280SL, 280SLC, 380SL, 380SLC, 500SL

W460/461: 230GE, 280GE, 240GD, 300GD

 

보시면 이해가 좀 되시나요? ㅋㅋ 저도 보기 편하게 포인트폼으로 좀 짚어 드리겠습니다.

1. E는 연료분사식 엔진(SL은 예외적으로 표시 안함), D는 디젤 엔진

2. 190E에 배기량이 더 큰 엔진을 달아줬는데 230E라고 부르면 윗급 W123이랑 이름이 같아지니까 배기량을 의미하는 모델명 190 그 뒤에 매치되지 않는 다른 배기량을 한 번 더 써주는 어이없는 작명법;;

3. 심지어 거기에 DOHC 16밸브 엔진인 것도 어필해야 되는데 어디다 달지 하다가 차 이름이 190E 2.3-16이 되어버림;;; 이거 뭐 dash까지 같이 읽어줘야 하는 부분? 원 나인희 이, 투 포인쓰리 대쉬 식스틴. 에볼루션 투. 크~ 독일 김수한무

4. 아무 것도 안 붙으면 세단이요, T가 붙으면 왜건이요, C가 붙으면 문짝 두 개 짜리요(컨버 포함), L이 붙으면 롱 휠베이스인데 SL의 L은 그 L 아니니까 느그가 알아서 알아듣거라~

5. 디젤 왜건은 원래부터 TD가 붙었었는데 이번에 나온 터보 디젤 또한 약자가 TD이므로, 디젤터보와 왜건이 섞여 있거든 절대로 둘 다 약어, 둘 다 풀어쓰지 말고 하나는 약어, 하나는 풀어쓰거라~ 300TD TURBO는 왜건 디젤터보고, 300D TURBO는 세단 디젤터보. 단, 북미에만 나가는 300SD 터보디젤은 글자 많으면 멋있으니 터보디젤 다 써넣거라~

 

 

 

완전히 개판이죠? ㅋㅋ 이 이후로도 더 복잡해집니다. 90년대 들어 W124에 8기통 400E와 500E, 여기에 AMG 모델까지 합세하자 벤츠는 뇌절이 옵니다. SLK 같은 90년대 중반에 출시된 차들이면 이때 이미 뭔가 작명법에 구분법을 뭔가는 더 우겨넣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테고... 1993년, 때마침 모델체인지가 다가오던 W201 190을 계기로 벤츠는 작명법을 완전히 바꿉니다.

 

 

 

 

W201의 후속은 C, W124는 E, W140은 S로 첫 글자를 시작해서 엔진은 배기량을 철저히 지켜 그 뒤에 표시하되 AMG 모델은 배기량을 두 자리만 표시, 밸브 갯수인 16은 버리기로. 바디스타일 표기는 버리고 디젤은 약자만 써놓는게 아니라 정자로 풀어서 논터보면 DIESEL, 터보면 TURBODIESEL로 표기. 어찌나 작정을 했는지 190E와 C클래스는 서로 부자 관계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간 정확히 같은 엔진이 OM601 디젤 엔진 단 하나 뿐이었습니다. 190D = C200 DIESEL. 보통 독일 차들은 파워트레인 같은건 모델체인지 바로 전 해에도 미리 다 해주는데 얼마나 W202를 전환점으로 삼았으면 가급적 모든걸 새롭게..

 

 

 

 

C140의 경우 91년 SEC로 태어나서 93년 S클래스 쿠페로 귀속되고 96년에 또 한 차례 CL이라는 이름이 붙어 S클래스로부터 독립하게 되는 독특한 사례인데, 제 생각에는 이 당시(93년 경)까지만 해도 95년 출시될 SLK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 것인지 미리 생각하지 못한 채 작명법에서 바디스타일을 완전히 지웠다가, 새로 정립한 작명법대로 SLK를 C클래스에 귀속된 평범한 이름을 붙이자니 너무 아까운 나머지 SL의 작은 버전 SLK로 명명했고, E클래스 후속의 2도어 모델 또한 이름을 분리시켜 CL의 작은 버전 CLK로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이때 이 두 글자, 세 글자 모델명을 급조한 것이 20년 뒤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이때 결정권자들은 알랑가..

 

 

 

 

오늘 글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아우디는 작명법 전이나 후나 배기량을 따로 빼버려서 작명법 트러블이 없었고, BMW는 꼴랑 iL-Li 자리 바꿔치기 또는 Xi를 xDrive몇몇 이렇게 바꾼게 전부라 작명법 체인지도 두 차례나 한 벤츠만 늘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제대로 정리하니 속이 후련합니다. ㅋㅋ 정리에 사용했던 엑셀 시트 올려드리며 확인 버튼 누릅니다.

 

 

 

출처: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national&No=2070560&bm=1 (XLR8님 작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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